유명한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이 다른 영화나 방송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영화의 장면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요?
영화 장면을 가져와 다른 영화나 방송에서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법원은 저작권법상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과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을 기준으로 영화 장면의 활용이 저작권 침해인지 판단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장면을 사용할 수 있는 기준과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장면을 다른 콘텐츠에 활용하면 문제가 될까?
다른 영화나 방송에서 특정 영화의 장면을 사용할 때,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볼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저작권법 제28조)에 해당하는가?
-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의 공익적인 목적이라면 일정 부분 인용이 가능합니다.
- 하지만 단순한 오락 목적이나 상업적 이용이라면 인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공정 이용(fair use)의 범위에 포함되는가?
- 영화 장면을 활용하는 방식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 특히, 원작의 시장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공정 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인용의 목적과 사용된 분량은 적절한가?
- 영화의 핵심 장면을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반면, 짧은 분량을 사용하고 원작과 명확히 구분되는 방식이라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영화 장면을 다른 콘텐츠에서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는 사용 목적과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로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룬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속 영화,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도 있다?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vs <러브레터> 사건
2003년 개봉한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에서는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유명한 장면이 약 30초간 삽입되었습니다.
해당 장면은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러브레터>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측 저작권자가
- 영화 상영 금지
- 방송 및 DVD 배포 금지
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인용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해당 장면이 ‘영화 속의 영화’로 사용되었기 때문
→ 원본 저작물과 인용 저작물이 명확하게 구분되었음. - 110분짜리 영화에서 30초 사용, 비중이 크지 않음
→ 전체 영화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극히 일부였음. - <러브레터>가 이미 흥행한 유명 영화였음
→ 해당 장면이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가까워졌다고 판단. - 두 영화의 개봉 시기가 달라 시장 가치 훼손이 없음
→ <러브레터>의 흥행을 방해하거나 시장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없었음.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즉, ‘영화 속 영화’의 형태로 적절하게 활용된다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영화 장면을 사용하면 저작권 위반일까?
오락 프로그램에서 무단 사용된 영화 장면 사건
SBS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는 배우 이순재 씨가 과거 출연한 어린이 영화 <괴수 용가리>의 장면을 3분간 방영했습니다.
방송사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규정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방송 프로그램의 목적이 상업적·영리적이었다는 점
- 방송사가 해당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유료로 제공한 점
- 영화 장면을 사용할 때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상업적 목적으로 영화 장면을 사용하는 경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방송사나 콘텐츠 제작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교양 프로그램에서 영화 장면을 무단 사용한 사례
MBC의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는 영화 <디 워>의
- ‘용의 승천’ 장면 3초
- 엔딩 크레딧 5초
를 영화사의 동의 없이 방송했습니다.
이 사건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깊이 유감을 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함으로써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가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저작권법상의 권리제한 사유라고 주장하였더라도 방송사나 외주제작사가 책임을 지는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사건에 대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도·비평의 목적으로 최소한의 사용이라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업적 이용이 포함되거나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무리
영화 장면을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용 목적과 방식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화 장면을 활용하려면 인용의 목적과 맥락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며, 가능하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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