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재해석되곤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러한 창작물이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을 다룰 경우,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공공의 자산인지에 대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명량'과 KBS 간의 저작권 소송 사례를 살펴보며, 역사적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KBS, 영화 '명량'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 제기
2014년 개봉하여 1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한 작품으로,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대작입니다.
KBS는 2020년 3월, 영화 '명량'이 자사의 교양 프로그램 '역사스페셜-거북선 머리는 들락거렸다'(1999년 방영)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년 9월~2005년 8월 방영)에서 사용된 거북선 디자인과 일부 장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KBS 측은 '불멸의 이순신'에서 창작한 거북선의 형태가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거북선과 지나치게 유사하며, 이는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창작적 요소를 포함한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반면, 영화 '명량'의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는 거북선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며, 학계 연구 자료를 토대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은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영화 '명량'의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는 2019년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왜선 디자인이 '명량'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고, 다음 해 판결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KBS는 1999년 방영된 교양프로그램 ‘역사스페셜-거북선 머리는 들락거렸다’와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거북선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제작한 컴퓨터그래픽(CG), 소품, 장면 등이 영화 ‘명량’에서 무단 사용되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KBS는 기존 고증과 다른 거북선의 용머리 디자인, 용머리가 선체 내부로 드나드는 표현, 해무 속에서 거북선이 등장하는 장면, 장검과 투구 등의 디자인이 독창적인 창작물이며, 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KBS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주요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KBS의 CG는 역사적 사실을 해석 및 추론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KBS제작진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
- ‘불멸의 이순신’ 속 해무를 뚫고 등장하는 거북선 장면은 흔히 사용되는 연출 기법으로, 아이디어에 해당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명량' 제작사의 CG·소품·장면은 KBS의 것과 소재의 선택, 구성, 배열, 색채, 모양, 비율, 형태 등에서 확연히 구별되므로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다.
- KBS가 주장하는 부정경쟁행위는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장면이거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연출 기법에 해당한다.
결국, 2심 법원도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으며, 2023년 8월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KBS의 항소를 기각하고 빅스톤픽쳐스 측의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경우, 특정 방송사나 제작사가 독점적으로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법적 기준이 다시 한번 명확해졌습니다.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 쟁점
이번 판결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룬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범위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은 창작적인 요소를 보호하지만, 역사적 사실이나 공공의 문화유산을 독점적으로 보호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다른 창작자들이 동일한 소재를 활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닌, 저작자의 독창적 해석과 창작적 요소가 가미된 부분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이 독창적으로 구성되었다면 이는 보호될 수 있지만, 단순한 전투 장면이나 거북선의 모습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법적 원칙은 향후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제작자들에게 참고 사항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KBS와 영화 '명량' 간의 저작권 분쟁은 단순한 법적 공방을 넘어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의 저작권 경계를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저작권 침해의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디어 vs 표현의 구분
- 법원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아이디어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며,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독창적 표현만이 보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KBS의 거북선 CG가 단순히 역사적 추론에 불과하다고 본 것은 이러한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 창작성의 정도
- 단순한 연출 기법이나 일반적인 표현 방식(해무 속 등장 장면 등)은 창작성이 부족하여 독점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독창적 요소가 필요합니다.
- 실질적 유사성 판단
- 두 작품 간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소재의 선택, 구성, 배열, 색채, 형태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확연한 구별'이 가능한지를 중요시합니다. 이는 단순한 외관상 유사성을 넘어선 본질적 창작 요소의 비교입니다.
- 공공의 이익과 창작 활동의 균형
- 법원은 역사적 소재에 대한 과도한 저작권 보호가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고려했습니다. 이는 지식과 문화의 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적을 반영합니다.
이 사례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타인의 창작물을 참고할 때는 표면적 유사성이 아닌 본질적 창작요소의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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